경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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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소설서 애스턴마틴 퇴출, 아마존 입김 때문?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영국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이 최근 출간되는 스핀오프 소설 시리즈에서 퇴출당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본드의 조력자인 천재 기술자 Q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퀀텀 오브 메나스’의 작가 바심 칸은 집필 과정에서 이언 플레밍 재단으로부터 애스턴마틴을 다른 차량으로 교체해달라는 강력한 요청을 받았다. 이는 60년 넘게 이어온 본드카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매우 파격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단 측이 애스턴마틴 사용을 만류한 배경에는 글로벌 IT 공룡 아마존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마존은 지난 2022년 007 판권을 보유한 MGM을 인수한 이후 프랜차이즈 전반에 걸쳐 창작 통제권을 강화해왔다. 특히 영화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아마존과 기존 제작진의 입장을 고려해, 재단 측이 소설 영역에서 영화의 대표 아이콘인 애스턴마틴을 노출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소설과 영화의 영역 충돌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결국 작가 바심 칸은 초고에 등장시켰던 애스턴마틴 대신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케이터햄의 조립형 차량을 Q의 새로운 애마로 선택했다. 약 7만 파운드 가격대의 이 차량은 첨단 장비의 상징이었던 기존 본드카와는 사뭇 다른 실용적이고 기술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또 다른 스핀오프 작가인 킴 셔우드 역시 재단으로부터 프랑스 브랜드인 알핀의 모델을 사용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밝혀, 소설 속 차량 다변화가 재단의 의도적인 전략임을 시사했다.

 

사실 원작 소설가 이언 플레밍이 묘사한 제임스 본드는 애스턴마틴보다 벤틀리를 선호하는 인물이었다. 애스턴마틴은 소설 ‘골드핑거’에서 잠시 언급될 뿐이었으나, 1964년 동명의 영화에서 숀 코너리가 DB5 모델을 타고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본드카의 대명사로 각인되었다. 이후 애스턴마틴은 반세기 넘게 007 영화의 시각적 정체성을 담당해왔기에, 이번 소설에서의 퇴출은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아마존이 007 프랜차이즈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감한 기 싸움의 결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이 영화 제작사 이온 프로덕션 등과 새로운 합작 구조를 발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재단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소설 속 차량을 교체했다는 해석이다. 이는 향후 제작될 새로운 007 영화 시리즈에서도 차량 스폰서십이나 브랜드 노출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애스턴마틴의 빈자리를 케이터햄이나 알핀 같은 다른 브랜드들이 채우기 시작하면서 007 시리즈의 시각적 문법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오랜 기간 유지되어 온 특정 브랜드와의 밀월 관계가 거대 자본의 논리에 의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 속 본드카의 실종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칠지, 아니면 영화 시리즈까지 이어질 거대한 변화의 전조가 될지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YMCA야구단부터 명당까지… 임실 시네마 투어

가라앉은 수몰의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몰 부지가 전봇대 하나 없는 너른 초원으로 돌아가면서, 인공의 흔적이 배제된 광활한 자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을 불러모으는 최적의 무대가 되었다. 장마철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기기도 하는 이 역동적인 둔치들은 이제 한국 영상 콘텐츠의 중요한 시공간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운암면 선거리 강변 둔치는 기암괴석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절경 덕분에 대작 영화들의 단골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영화 <YMCA 야구단>은 1900년대 초 개화기 동대문 벌판의 야구장을 이곳에 그대로 재현해 조선 최초 야구단원들의 열정을 담아냈다. 또한 정조 암살 사건을 다룬 <역린>과 명당을 찾아 팔도를 헤매는 <명당> 역시 선거리의 원시적 풍경을 빌려 조선 시대의 광활한 대지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인위적인 시설물이 없는 이곳의 지형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극에 더할 나위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사양리 옥녀동천 둔치 역시 영화 <궁합>의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며 조선 시대 옹주의 혼례 여정을 담아내는 무대가 되었다. 과거 공주의 가마 행렬이 지나갔을 법한 푸른 초원은 현재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의 주탑이 멀리 보이는 지점으로, 자연과 현대적 건축물이 공존하는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비록 지금은 성토 공사와 중장비의 흔적이 일부 남아 지형의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이 지닌 광활한 공간감은 과거 영상 속의 화려한 행렬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임실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한 입석리 붕어섬 인근 마당벌은 드라마 <동이>의 주요 촬영지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옥정호의 굽이치는 물길과 숨겨진 계곡들은 드라마 속 비밀 조직의 활동지나 도망자들의 은신처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하운암 지역 또한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황량한 벌판을 묘사하기 위해 물이 빠진 수몰지의 황무지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수몰이라는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오히려 현대사의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운암면의 중심지였던 상운암 일대는 수몰과 이전, 성토의 과정을 거치며 지형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영화 <강남 1970>의 촬영지로 이름을 남겼다. 1928년 운암댐 축조부터 1965년 섬진강댐 준공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중심이 수차례 옮겨지는 고단한 과정 속에서도 강변 둔치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이어져 왔다. 옛 면 소재지의 흔적은 이제 모내기를 마친 논과 새로운 도로 아래 묻혔지만,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화 속 장면들은 마을의 잃어버린 풍경을 복원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섬진강댐 수몰 역사 100년의 세월은 옥정호 곳곳에 숱한 이야기의 나이테를 새겨 넣었다. 비록 촬영을 위해 세워졌던 세트장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지형마저 변했지만, 수몰 부지 강변 둔치에 깃든 영화적 서사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향토 탐방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뒤엉킨 영화 제목과 연도들은 그 자체가 옥정호가 품은 세월의 증거다. 과거의 마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이 예술로 승화되어 영원히 기록되는 전설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