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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s BYD 역전, 자동차 지고 에너지로 뜬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 포드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숨은 수혜주로 급부상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포드는 전기차 수요 정체와 트럼프 행정부의 내연기관 육성 정책에 대응해 기존 배터리 생산 시설을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라인으로 전격 전환했다. 이러한 전략적 유턴은 폭증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맞물리며 포드를 단순한 완성차 제조사에서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0% 이상 폭등한 배경에는 바로 이 '포드에너지'의 출범이 자리 잡고 있다.

 

포드의 이 같은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지원 철회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환경차 보급에 제동을 걸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짓던 포드로서는 유휴 시설 처리가 시급한 과제였으나, 이를 데이터센터용 대형 셀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켄터키와 미시간의 배터리 거점들이 이제는 자동차가 아닌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망을 책임지는 핵심 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모건스탠리는 포드가 조만간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대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 CATL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확보한 배터리 경쟁력이 ESS 시장에서도 강력한 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포드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 실체를 증명해 보였다. 투자자들은 이제 포드를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 아닌 AI 인프라 확충의 필수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드의 본업인 자동차 사업은 여전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포드는 전기차 부문의 대규모 자산 감액과 중동 전쟁에 따른 수요 둔화 여파로 82억 달러에 달하는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도 중국의 비야디(BYD)에 처음으로 추월당하며 7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추가 비용 부담 역시 포드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고질적인 위협 요인으로 남아 있다.

 


결국 포드의 단기 향방은 새롭게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이 본업의 부진을 얼마나 빠르게 상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 급등이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선반영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한다. 포드에너지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이퍼스케일러와의 실질적인 계약 성과를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는 포드가 제시한 2029년 영업이익 마진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최소 5건 이상의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 수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120년 역사의 포드는 지금 헨리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했던 시절만큼이나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자동차 외길을 걷던 제조사가 AI 전력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장면은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본업의 실적 회복과 신사업의 안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은 포드의 실험이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미시간주 디어본 본사로 향하고 있다.

 

 

 

YMCA야구단부터 명당까지… 임실 시네마 투어

가라앉은 수몰의 역사를 간직한 땅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수몰 부지가 전봇대 하나 없는 너른 초원으로 돌아가면서, 인공의 흔적이 배제된 광활한 자연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을 불러모으는 최적의 무대가 되었다. 장마철 수위가 높아지면 물에 잠기기도 하는 이 역동적인 둔치들은 이제 한국 영상 콘텐츠의 중요한 시공간적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운암면 선거리 강변 둔치는 기암괴석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절경 덕분에 대작 영화들의 단골 촬영지로 활용되었다. 영화 <YMCA 야구단>은 1900년대 초 개화기 동대문 벌판의 야구장을 이곳에 그대로 재현해 조선 최초 야구단원들의 열정을 담아냈다. 또한 정조 암살 사건을 다룬 <역린>과 명당을 찾아 팔도를 헤매는 <명당> 역시 선거리의 원시적 풍경을 빌려 조선 시대의 광활한 대지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인위적인 시설물이 없는 이곳의 지형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시대극에 더할 나위 없는 몰입감을 선사했다.사양리 옥녀동천 둔치 역시 영화 <궁합>의 주요 배경으로 사용되며 조선 시대 옹주의 혼례 여정을 담아내는 무대가 되었다. 과거 공주의 가마 행렬이 지나갔을 법한 푸른 초원은 현재 옥정호 붕어섬 출렁다리의 주탑이 멀리 보이는 지점으로, 자연과 현대적 건축물이 공존하는 묘한 풍경을 자아낸다. 비록 지금은 성토 공사와 중장비의 흔적이 일부 남아 지형의 변화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이 지닌 광활한 공간감은 과거 영상 속의 화려한 행렬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임실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한 입석리 붕어섬 인근 마당벌은 드라마 <동이>의 주요 촬영지로 주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옥정호의 굽이치는 물길과 숨겨진 계곡들은 드라마 속 비밀 조직의 활동지나 도망자들의 은신처를 표현하기에 적합했다. 하운암 지역 또한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1970년대 강남 개발 이전의 황량한 벌판을 묘사하기 위해 물이 빠진 수몰지의 황무지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수몰이라는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오히려 현대사의 거친 질감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운암면의 중심지였던 상운암 일대는 수몰과 이전, 성토의 과정을 거치며 지형이 크게 바뀌었음에도 영화 <강남 1970>의 촬영지로 이름을 남겼다. 1928년 운암댐 축조부터 1965년 섬진강댐 준공에 이르기까지, 마을의 중심이 수차례 옮겨지는 고단한 과정 속에서도 강변 둔치의 이야기는 전설처럼 이어져 왔다. 옛 면 소재지의 흔적은 이제 모내기를 마친 논과 새로운 도로 아래 묻혔지만,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화 속 장면들은 마을의 잃어버린 풍경을 복원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섬진강댐 수몰 역사 100년의 세월은 옥정호 곳곳에 숱한 이야기의 나이테를 새겨 넣었다. 비록 촬영을 위해 세워졌던 세트장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지형마저 변했지만, 수몰 부지 강변 둔치에 깃든 영화적 서사들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향토 탐방길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뒤엉킨 영화 제목과 연도들은 그 자체가 옥정호가 품은 세월의 증거다. 과거의 마을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이었던 공간이 예술로 승화되어 영원히 기록되는 전설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