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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 치웠는데 원유는 1/4…호르무즈의 역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를 완전히 소탕했다고 공언했으나, 세계 최대의 에너지 동맥은 여전히 마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해군이 수중 무인기를 동원해 물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불명의 발사체 공격이 이어지며 선박들의 안전 통항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기뢰라는 눈에 보이는 위협이 사라진 자리를 이란의 통제권 강화와 물리적 타격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채우면서, 해협의 재개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증폭되는 양상이다.

 

영국해사무역기구는 최근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기뢰 제거 이후에도 선박을 겨냥한 위협이 상존함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새로운 기뢰를 설치할 경우 즉각적인 파괴를 예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장의 긴장감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피격 사건은 미국의 중동 내 군사적 억제력이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란은 한발 더 나아가 오만과 손잡고 해협의 통항 규칙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르시아만 진입과 출항 선박의 항로를 이란 영해 중심으로 재편하고, 특히 군함의 통과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관리권을 미국으로부터 빼앗아 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러한 이란의 독자적인 항로 운영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양국 간의 주도권 다툼은 법적·외교적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한국 해운업계에도 직접적인 불똥이 떨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유조선 45척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 여기에는 국내 선사인 장금상선의 영문명인 '시노코'가 표기된 선박 5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해당 선박들에 대해 벌금 부과나 억류, 나아가 화물 압수까지 경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해당 선박들의 실제 국적 확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선사와 화주들에게는 실질적인 물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해협 내 상선 통항은 수치상으로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지만, 핵심인 원유 수송량은 전쟁 이전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약 500만 배럴 수준으로, 평시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급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제 유가는 협상 기대감과 피격 소식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 모두 불안정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이다.

 

카타르가 긴급 중재에 나서며 긴장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뢰 제거라는 물리적 조치만으로는 이란의 통제권 욕구와 선박을 향한 비정규적 공격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호르무즈 재개방의 관건은 미국과 이란이 해협의 관리 주체와 이용 조건을 두고 어떤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항로를 확보했음에도 그 길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산으로, 섬으로, 축제로…올가을 여행비 줄이는 법

람에 훌쩍 떠나고 싶다가도 숙박 앱의 숫자를 보고 다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올가을에는 그 망설임을 조금 덜어줄 할인 혜택이 전국 곳곳에 깔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을은 깊게, 여행은 가볍게’를 표어로 ‘2026 여행가는 가을’ 캠페인을 진행한다. 단풍을 보러 산으로 가도, 바다를 따라 섬으로 들어가도, 축제를 찾아 지방 도시로 향해도 교통과 숙박, 체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이번 캠페인은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다녀온 뒤’까지 혜택이 이어지는 구조다. 기차를 타고 인구감소지역으로 향하면 열차 운임 상당의 할인권을 받을 수 있고, 관광열차는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 서해금빛열차, 남도해양열차, 동해산타열차, 백두대간협곡열차, 정선아리랑열차처럼 이름만 들어도 여행 기분이 나는 열차들이 대상이다. ‘내일로 패스’도 2만원 할인된다.차를 몰고 떠나는 사람에게도 길 위의 혜택이 있다. 티맵에서 인구감소지역을 목적지로 정하고 30㎞ 이상 이동하면 방문 지역에 따라 포인트가 쌓인다. 첫 지역 5000포인트, 두 번째 지역 1만포인트, 세 번째 지역 1만5000포인트로 최대 3만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다. 전기차를 타거나 디지털 관광주민증을 사용하면 추가 혜택도 붙는다. 국내선을 이용하는 여행객은 네이버 항공권 예약을 통해 내륙 노선 1만원, 제주 노선 5000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숙소를 정할 때도 선택지가 넓어진다. 비수도권 숙박상품에는 약 8만장의 할인권이 풀린다. 7만원 이상 숙박상품은 3만원, 2만원 이상 7만원 미만 상품은 2만원이 할인된다. 2박 이상 머무는 연박 상품은 결제액이 14만원 이상이면 7만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권은 9월 22일 오전 10시부터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1인 1장씩 발급된다.섬으로 향하는 여행객에게는 더 큰 폭의 할인이 마련됐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섬 숙박 할인권은 7만원 이상 상품에 5만원, 3만원 이상 7만원 미만 상품에 3만원을 지원한다. 바닷길을 건너 하루 묵어가는 여행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캠핑을 계획한다면 등록야영장 상품에 사용할 수 있는 1만원 할인권도 챙길 수 있다.여행을 마친 뒤 돌아오는 혜택도 있다. ‘지역사랑 휴가지원’ 대상 지역에서는 실제 여행경비의 절반을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청년은 최대 14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 여행 역시 사용한 비용의 50%를 해당 지역 모바일 지역화폐로 환급한다. 여행지에서 쓴 돈이 다시 그 지역에서 쓰이도록 설계한 방식이다.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거제와 통영에는 별도의 지원이 더해진다. 해양관광상품을 구매하면 1인당 2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거제 치유 프로젝트와 추천 관광지 방문 인증 행사도 진행된다. 회복이 필요한 지역을 여행으로 응원하는 방식이다.혜택만 따라가도 좋지만, 올가을 여행의 재미는 취향을 고르는 데도 있다.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5인 5색 취향여행’은 전국 25개 지역을 다섯 가지 테마로 묶었다. 보은, 청양, 보성, 상주, 문경에서는 가을의 맛을 찾아가고, 구례, 공주, 평창, 제천, 영주에서는 산길을 걷는다. 가평, 안동, 부여, 남해, 울진은 가족 여행지로, 서천, 철원, 부안, 삼척, 고창은 친환경 여행지로 소개된다. 참가자는 모두 700명을 모집하며 참가비는 약 4만원이다.여행길에 작은 놀이를 더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가와 국민이 선정한 1만여개의 지역 관광명소를 배경으로 방문 인증과 사진 이벤트가 열린다. 추천 여행지를 찾아 도장을 모으는 ‘프로방랑러의 도장깨기’도 진행된다. 잘 나온 사진만 남기는 여행이 아쉽다면 흔들리거나 눈 감은 사진에 사연을 붙여 응모하는 콘테스트도 있다. 여행의 실패작이 오히려 추억이 되는 순간이다.가을의 표정은 지역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속초에서는 설악산 단풍과 화채마을 단풍축제를 함께 만날 수 있고, 양주에서는 천일홍 꽃길과 가을 페스타가 여행객을 맞는다. 남해에서는 독일의 밤을 콘셉트로 한 ‘옥토버나이트’가 열리고, 성주에서는 가야산 메뚜기 축제가 가족 단위 여행객을 부른다.단풍 말고도 가을에 할 일은 많다. 창원에서는 마산만 갯벌과 생태 학습장을 잇는 도보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인천에서는 184m 높이의 하늘전망대와 엣지워크에 오를 수 있다. 영덕에서는 자연 속 가족 힐링캠프가 마련된다. 구미에서는 교촌 1호점과 지역 미식 자원을 연계한 미식 문화 체험이 진행되고, 대구에서는 가을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조금 더 느린 여행을 원한다면 농촌이나 사찰로 발길을 돌려도 좋다. 농촌투어패스와 체험·숙박 상품을 활용하면 농촌 여행을 가볍게 즐길 수 있고, 템플스테이는 최대 50% 할인된다. 도시의 축제, 바다의 섬, 산의 단풍, 농촌의 밥상, 사찰의 고요까지 선택지는 넓다.가을은 짧아서 늘 아쉽다. 그래서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는 일이 중요하다. 올해는 교통비와 숙박비의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된 만큼, 여행의 시작이 계산기 앞에서 멈추지 않아도 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가족에게는 좋은 추억을 남기고,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이 더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