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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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고 해도 안 팔려” 농민들 농지값 폭락 호소


경남 농촌에서 농지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까지 진행되면서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고령이나 질병, 상속 등의 이유로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 소유자들이 땅을 처분하려 해도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농지 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남 의령군에서 농사를 짓는 80세 농민은 최근 농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평당 20만원 정도 하던 농지를 10만원에 내놓아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농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한 농민은 지역농협에서 평당 18만~19만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농지를 담보로 대출받았지만, 새로운 감정평가에서 가격이 12만~13만원으로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7만원대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기본조사를 진행했고 7월 말 조사를 마쳤다. 이어 8월부터는 위반 의심 농지를 대상으로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경매 취득 등 9개 우선조사 유형에 해당하는 경남·부산·울산 지역 5만6000여 필지를 대상으로 오는 12월까지 별도의 심층조사를 진행한다.

 

농지 거래 자체도 크게 감소했다. 18일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이 농식품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농지 거래량은 31만4144필지로 집계됐다. 2021년 66만2381필지와 비교하면 52.6% 감소한 수치다.

 

경남의 상황도 비슷하다. 도내 농지 거래량은 2021년 6만7033필지에서 지난해 3만222필지로 줄었다. 감소 폭은 54.9%에 달했다.

 


농지법에 따라 농지 소유자가 처분 의무를 통지받은 뒤 1년 안에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을 받을 수 있다. 이후에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시지가와 감정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농지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처분 대상이 된 농지 소유자들이 급하게 매물을 내놓게 되면 주변 농지까지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는 농지 위탁경영 요건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 위탁경영이 허용되는 경우는 징집이나 3개월 이상 국외 체류, 질병, 취학, 공직 취임 등으로 제한돼 있다. 해당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 위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어 농사를 직접 짓기 어려운 고령 농민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난 5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진행한 기본조사에서도 농지법 위반 의심 사례가 상당수 확인됐다. 1996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를 대상으로 행정 정보를 확인한 결과, 전체의 27.0%에 해당하는 284만 필지가 불법 임대차나 무단 휴경 등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농지로 분류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정부가 농지를 모두 빼앗는다는 식의 잘못된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며 투기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엄정하게 조치하되 선량한 농업인의 관행적인 법 위반이나 경미한 사항까지 처벌하거나 단속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농촌 현장의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 경남 합천의 한 농민은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전수조사 이후 새로운 감정평가가 이뤄지면 농지 가격이 떨어지고 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산청의 한 농민도 수도권의 투기성 농지와 실제 농촌에서 거래되는 농지를 같은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며 농촌에서는 땅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법 위반 농지를 매입하기 위해 내년 예산으로 8868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해당 농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매입한 농지는 청년 농업인이나 전업 농업인 등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사업 예산은 내년 농식품부 신규 사업 예산 9257억원의 95%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전수조사 과정에서 농민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농지 전수조사로 불편함을 느끼는 농업인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량한 농업인과 국민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해수 당정협의를 열 예정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여당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고령이나 질병, 상속 등의 이유로 농지를 임차한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강제 매각 우려를 고려해 이행강제금 면제나 차등 적용 등의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단풍 보러 갔다가 주차장만 보는 당신에게

. 그래서 올해 가을 여행의 시선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차를 세운 뒤 목적지로 들어가는 여행이 아니라, 길 위에서 단풍과 억새, 바다와 노을을 만나는 드라이브 여행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대한민국 명소발굴 100×100’은 이런 가을 여행의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준다. 이 사업은 100개 테마별로 명소 100곳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로, 여행 전문가 100인이 후보지를 조사한 뒤 국민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투표에는 4만145명이 참여했고, 누적 투표 수는 150만 표를 넘었다. 중복을 제외하면 전국 6336곳이 최종 명소로 추려졌다.이 가운데 힐링 드라이브 테마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은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었다. 담양을 대표하는 이 길은 이름 그대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도로 양옆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곳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초록빛을 벗고 노랗고 붉은빛을 띤다. 길 전체가 거대한 나무 터널처럼 변해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가을 드라이브의 매력은 지역마다 다르다. 강원 강릉 헌화로는 산 대신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이다. 금진해변에서 정동진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파도와 바위 절경이 창밖 가까이 펼쳐진다. 여름 바다의 북적임이 사라진 뒤라 더 차분하고, 맑은 날에는 수평선과 해안 절벽이 선명하게 이어진다.강원 정선 만항재는 바다와 정반대의 풍경을 품고 있다. 해발 1330m 고원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다. 국내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길가의 색은 더 짙어진다. 높은 곳에서 만나는 가을은 한층 빠르고 선명하다.충북 단양 보발재는 굽이치는 길 자체가 볼거리다. 소백산 자락을 따라 S자로 이어지는 도로는 단풍철이면 붉고 노란 색으로 물든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서면 산비탈을 따라 휘어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양군은 올해 1월 21억 원을 들여 정상부에 2층 전망데크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보다 바닥 면적이 두 배 반 이상 넓어져 방문객들이 더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전북 진안 모래재는 조용한 가을길을 찾는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옛 지방도를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단풍나무가 이어져 담양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가로수길을 만든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천천히 지나가며 계절의 색을 느끼는 길에 가깝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속도를 낮추고 창밖 풍경을 따라가는 편이 좋다.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해 질 무렵에 가장 빛난다. 서해 칠산바다와 갯벌 위로 노을이 내려앉으면 바다와 하늘이 한꺼번에 붉게 물든다. 드라이브 중간에 노을길 데크를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영광군은 이 데크를 휠체어도 이동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정비해 접근성을 높였다. 누구나 바다 노을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경남 함양 지안재는 운전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길이다. 오도재를 넘어 지리산 풍광을 조망하는 S자 곡선 도로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산허리를 타고 휘어지는 도로와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이 어우러져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수도권에서는 경기 양평 두물머리가 부담 없는 선택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이곳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지로 찾기 좋다.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가을에는 강변의 나무와 갈대가 계절감을 더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다.한국관광공사는 이들 명소를 직접 찾아가 인증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프로 방랑러의 도장깨기’ 가을편은 10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노을빛 가을 힐링 드라이브’를 포함한 4개 테마로 구성됐으며, 100×100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위치 인증을 하면 도장이 쌓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명소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자가 직접 코스를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 참여형 프로그램이다.드라이브 코스가 주목받는 데에는 단풍철 관광지 쏠림 현상도 한몫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2024년 이동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단풍철 주요 단풍지의 내비게이션 길안내는 평월보다 7.7배 늘었다. 주말 이용자는 평일의 두 배였다. 단풍을 보러 떠난 여행이 정체와 주차 스트레스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일부 지역은 이미 단풍철 교통 관리에 나섰다. 양양군은 남설악 오색지구에 매일 27명을 투입해 갓길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단풍 명소 주변의 불법 주차는 차량 흐름을 막을 뿐 아니라 보행자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드라이브 여행 역시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가을 행락철 교통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을철 교통사고는 평상시보다 10.1% 많았다. 고속도로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4.8명으로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최근 3년 월별 통계에서도 10월 사망자 비중은 10.5%로 연중 가장 높았다.특히 고갯길에서는 운전 습관이 중요하다. 긴 내리막에서 풋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면 브레이크가 과열돼 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저단 기어를 활용해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한다. 급커브가 많은 산악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사진 촬영을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풍경이 좋은 고갯길일수록 도로 폭이 좁고 커브가 많은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 무리하게 정차하면 차량 교행을 막고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좁은 길에서의 갓길 정차가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숨은 명소가 알려지는 것 역시 또 다른 숙제다. SNS를 통해 드라이브 코스가 빠르게 확산되면 한적했던 길에도 차량이 몰릴 수 있다. 좁은 산길이나 해안도로는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병목 현상이 생기기 쉽다. 단양군이 보발재 방문 차량을 인근 구인사와 온달관광지 주차장으로 분산 유도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올가을 드라이브 여행은 목적지를 찍고 돌아오는 방식보다 길 위의 시간을 즐기는 여행에 가깝다. 담양의 나무 터널, 강릉의 해안도로, 정선의 고원, 단양의 굽잇길, 영광의 노을은 모두 차창 밖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이다. 붐비는 산 입구 대신 조금 다른 길을 고르면, 가을은 주차장보다 훨씬 넓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