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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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암살자들’ 논란, 육영수법 만들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 ‘암살자(들)’의 역사 왜곡 논란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을 잇달아 비판했다. 나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리가 일관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뢰 사고와 관련해서는 초기 대응 과정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29일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암살자(들)’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영화가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권력 암투와 관련된 것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영화의 역사적 묘사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한다면 다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왜곡 주장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5·18 왜곡처벌법을 만든 논리와 비교하며 “‘육영수 왜곡처벌법’을 만들 것인가, 5·18 왜곡처벌법을 폐지할 것인가 양자택일하라”고 말했다.

 

영화 제작사를 둘러싼 자신의 주장도 내놨다. 나 의원은 해당 제작사가 근현대사를 소재로 한 여러 작품에서 특정한 시각을 보여왔다고 주장했고, 중국계 펀드 투자 의혹도 언급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내용은 나 의원이 방송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나 의원은 최근 발생한 DMZ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서도 정부와 군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사고 직후부터 북한 지뢰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합동참모본부가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점을 지적하며 발표가 늦어진 이유를 따져 물었다.

 


특히 나 의원은 21일 작성된 군 최초 보고서에서 ‘북한 지뢰 추정’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누가 문구를 삭제했고 삭제를 지시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28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원인과 관련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군과 유엔사는 이후에도 현장조사를 이어갔으며, 29일에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추가 지뢰 1발이 발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군 당국이 유엔사와 긴밀히 협조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동시에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확성기 방송 재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대북 군사훈련 강화 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나 의원은 민주당이 선출 권력의 우위를 강조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관 후보자 인선 과정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의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과 관련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제명 사유로 거론된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여론 조작 의혹의 진위를 명확히 밝히고 본인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나 의원은 6·3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낸 것을 거론하며, 정당 차원의 합당보다는 개별 입당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찍다 걷다 쉬다, 문경새재 하루는 너무 짧다

나란히 남아 있다. 붉고 노랗게 물든 숲을 따라 걷다 보면 풍경 너머에 가려졌던 길의 역할이 하나씩 드러난다.문경새재는 조선 시대 영남과 한양을 연결하던 주요 통로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물건을 나르는 상인, 임지로 향하는 관리들이 이곳을 넘었다. 여행객에게는 여유로운 산책길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생계와 출세, 공무가 걸린 이동로였다. 같은 흙길 위에 서로 다른 사연이 포개진 셈이다.이 길의 성격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설은 세 관문이다. 아래쪽부터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이 자리하며 산세를 이용한 방어선을 형성한다. 지금은 숲과 어우러진 사진 촬영 명소로 눈길을 끌지만, 처음부터 경관을 위해 세운 건축물은 아니다. 관문과 성벽의 배치에는 외적의 이동을 막으려 했던 군사적 판단이 담겨 있다.방어시설 정비의 중요한 계기는 임진왜란이었다. 전쟁을 겪으며 문경새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됐고, 1594년 제2관문 일대에 방어시설이 들어섰다. 이후 숙종 대에 제1·제3관문과 성벽이 더해지며 방어체계가 갖춰졌다. 세 관문을 차례로 살펴보는 일은 전란 이후 국가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관문 사이에서는 전쟁과는 다른 역사를 만난다. 제1관문과 제2관문 사이의 교귀정은 신임 경상도 관찰사와 이임 관찰사가 업무를 인계하던 장소다. 조령원 터는 공무로 길을 나선 이들의 숙박을 지원했던 시설의 흔적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교통·숙박 기반처럼, 옛길에도 사람들의 이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이 필요했다.문학과 생활문화 역시 새재를 이해하는 열쇠다. 길을 지나간 문인들의 시에는 산세를 바라보는 감흥과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이 담겼다. 지역에 전해지는 문경새재아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들려준다. 성문과 정자가 국가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시와 노래는 그 사이를 걸었던 개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여행객이 이러한 흔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데는 흙길의 역할도 크다. 약 6.5㎞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서둘러 목적지에 도착하기보다 주변을 살피며 걷게 한다. 관문 앞에서는 성벽을 올려다보고, 유적 주변에서는 안내문을 읽으며 걸음을 늦출 만하다. 전 구간을 완주하기보다는 체력과 일정에 맞춰 돌아올 지점을 정하는 편이 좋다.가을의 문경새재를 즐기는 방법은 단풍 명소를 찾아 사진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숲 사이에 왜 관문이 들어섰는지, 관리와 상인들은 어디에서 쉬었는지 생각하며 걸으면 익숙한 풍경이 달라진다. 문경새재의 매력은 아름다운 자연과 구체적인 삶의 기록을 한 길에서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