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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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묵은 동래온천이 다시 뜨겁다

 부산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오래된 온천 여행지가 새 이름표를 달았다. 1400년 역사의 동래온천지구가 전국 네 번째 ‘온천도시’로 지정되면서, 목욕 중심의 온천 명소를 넘어 치유와 휴식을 즐기는 도심형 온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부산 동래구 동래온천지구 일원을 온천도시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온천도시는 온천 관광과 관련 산업을 육성해 지역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앞서 충북 충주와 충남 아산, 경남 창녕이 온천도시로 지정됐으며, 동래온천은 전국 네 번째 사례가 됐다.

동래온천은 삼국시대 신라 때부터 이용된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온천이다. 약 14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온천 명소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특히 최고 70.3℃에 이르는 고온의 실리카 온천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경남 창녕 부곡온천의 78℃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여행지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동래온천지구는 부산 지하철 1·3·4호선과 동해남부선 등 광역 교통망을 갖춘 도심형 온천지다. 부산 시민은 물론 외지 여행객도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온천장과 숙박시설,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하루 일정은 물론 부산 여행 코스에 넣기에도 부담이 적다. 연간 이용객은 약 200만명에 달한다.

 

이번 지정은 동래온천이 가진 온천 자원과 도심형 관광지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다. 행안부는 지난 8월 동래구가 제출한 온천도시 계획서를 바탕으로 현장 실사와 전문가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과정에서 우수한 온천 자원, 편리한 접근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발전 전략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래구는 앞으로 온천을 단순히 목욕하는 공간이 아니라 치유와 휴식, 체험이 결합된 여행 콘텐츠로 키울 계획이다. 금정산 국립공원 등 주변 관광자원과 온천을 연결하고, 복합 치유 거점인 ‘온천치유원’을 조성해 전문적인 수중 치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도심 속에서 온천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온천복합체험시설’도 마련한다.

지역 상권과 연계한 관광 콘텐츠도 확대된다. ‘동래온천장’ 브랜드를 활용한 특화 상품을 개발하고, ‘동래 온천축제’를 열어 관광객 유입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온천을 즐긴 뒤 주변 음식점과 카페, 전통시장, 숙박시설로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동래온천은 뜨거운 온천수와 오랜 역사, 도심 접근성을 모두 갖춘 부산의 대표 온천 여행지다. 이번 온천도시 지정으로 동래온천지구는 ‘잠깐 들르는 목욕 명소’에서 ‘머물며 쉬는 온천 관광지’로 한 단계 더 확장될 전망이다.

 

단풍 보러 갔다가 주차장만 보는 당신에게

. 그래서 올해 가을 여행의 시선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차를 세운 뒤 목적지로 들어가는 여행이 아니라, 길 위에서 단풍과 억새, 바다와 노을을 만나는 드라이브 여행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대한민국 명소발굴 100×100’은 이런 가을 여행의 새로운 선택지를 보여준다. 이 사업은 100개 테마별로 명소 100곳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로, 여행 전문가 100인이 후보지를 조사한 뒤 국민 투표를 통해 순위를 정했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진행된 투표에는 4만145명이 참여했고, 누적 투표 수는 150만 표를 넘었다. 중복을 제외하면 전국 6336곳이 최종 명소로 추려졌다.이 가운데 힐링 드라이브 테마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곳은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었다. 담양을 대표하는 이 길은 이름 그대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도로 양옆을 따라 길게 늘어선 곳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초록빛을 벗고 노랗고 붉은빛을 띤다. 길 전체가 거대한 나무 터널처럼 변해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계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가을 드라이브의 매력은 지역마다 다르다. 강원 강릉 헌화로는 산 대신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는 길이다. 금진해변에서 정동진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파도와 바위 절경이 창밖 가까이 펼쳐진다. 여름 바다의 북적임이 사라진 뒤라 더 차분하고, 맑은 날에는 수평선과 해안 절벽이 선명하게 이어진다.강원 정선 만항재는 바다와 정반대의 풍경을 품고 있다. 해발 1330m 고원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승용차로도 오를 수 있다. 국내에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억새와 단풍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공기는 서늘해지고, 길가의 색은 더 짙어진다. 높은 곳에서 만나는 가을은 한층 빠르고 선명하다.충북 단양 보발재는 굽이치는 길 자체가 볼거리다. 소백산 자락을 따라 S자로 이어지는 도로는 단풍철이면 붉고 노란 색으로 물든다. 고갯마루 전망대에 서면 산비탈을 따라 휘어지는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단양군은 올해 1월 21억 원을 들여 정상부에 2층 전망데크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보다 바닥 면적이 두 배 반 이상 넓어져 방문객들이 더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전북 진안 모래재는 조용한 가을길을 찾는 여행자에게 어울린다. 옛 지방도를 따라 메타세쿼이아와 단풍나무가 이어져 담양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가로수길을 만든다. 화려한 관광지라기보다 천천히 지나가며 계절의 색을 느끼는 길에 가깝다. 빠르게 달리기보다 속도를 낮추고 창밖 풍경을 따라가는 편이 좋다.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는 해 질 무렵에 가장 빛난다. 서해 칠산바다와 갯벌 위로 노을이 내려앉으면 바다와 하늘이 한꺼번에 붉게 물든다. 드라이브 중간에 노을길 데크를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영광군은 이 데크를 휠체어도 이동할 수 있도록 완만하게 정비해 접근성을 높였다. 누구나 바다 노을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경남 함양 지안재는 운전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길이다. 오도재를 넘어 지리산 풍광을 조망하는 S자 곡선 도로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산허리를 타고 휘어지는 도로와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이 어우러져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높다.수도권에서는 경기 양평 두물머리가 부담 없는 선택지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이곳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지로 찾기 좋다.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가을에는 강변의 나무와 갈대가 계절감을 더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 기분을 낼 수 있는 곳이다.한국관광공사는 이들 명소를 직접 찾아가 인증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프로 방랑러의 도장깨기’ 가을편은 10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노을빛 가을 힐링 드라이브’를 포함한 4개 테마로 구성됐으며, 100×100 홈페이지에서 모바일 위치 인증을 하면 도장이 쌓이는 방식이다. 단순히 명소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자가 직접 코스를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 참여형 프로그램이다.드라이브 코스가 주목받는 데에는 단풍철 관광지 쏠림 현상도 한몫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2024년 이동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단풍철 주요 단풍지의 내비게이션 길안내는 평월보다 7.7배 늘었다. 주말 이용자는 평일의 두 배였다. 단풍을 보러 떠난 여행이 정체와 주차 스트레스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일부 지역은 이미 단풍철 교통 관리에 나섰다. 양양군은 남설악 오색지구에 매일 27명을 투입해 갓길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 단풍 명소 주변의 불법 주차는 차량 흐름을 막을 뿐 아니라 보행자 안전에도 영향을 준다.드라이브 여행 역시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가을 행락철 교통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을철 교통사고는 평상시보다 10.1% 많았다. 고속도로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4.8명으로 평균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분석한 최근 3년 월별 통계에서도 10월 사망자 비중은 10.5%로 연중 가장 높았다.특히 고갯길에서는 운전 습관이 중요하다. 긴 내리막에서 풋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면 브레이크가 과열돼 제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저단 기어를 활용해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한다. 급커브가 많은 산악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사진 촬영을 위해 갓길에 차를 세우는 행동도 주의해야 한다. 풍경이 좋은 고갯길일수록 도로 폭이 좁고 커브가 많은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서 무리하게 정차하면 차량 교행을 막고 사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좁은 길에서의 갓길 정차가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숨은 명소가 알려지는 것 역시 또 다른 숙제다. SNS를 통해 드라이브 코스가 빠르게 확산되면 한적했던 길에도 차량이 몰릴 수 있다. 좁은 산길이나 해안도로는 주차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병목 현상이 생기기 쉽다. 단양군이 보발재 방문 차량을 인근 구인사와 온달관광지 주차장으로 분산 유도하는 것도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올가을 드라이브 여행은 목적지를 찍고 돌아오는 방식보다 길 위의 시간을 즐기는 여행에 가깝다. 담양의 나무 터널, 강릉의 해안도로, 정선의 고원, 단양의 굽잇길, 영광의 노을은 모두 차창 밖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풍경이다. 붐비는 산 입구 대신 조금 다른 길을 고르면, 가을은 주차장보다 훨씬 넓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